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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금니 깨물기 :사랑을 온전히 보게 하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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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금니 깨물기 : 사랑을 온전히 보게 하는 방식 /
서울 : 마음산책, 2022
227 p. ; 20 cm


  소장사항 : 을지대학교 학술정보원[의정부] [ 811.8 김55ㅇ ]

등록번호 소장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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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엄마를 끝내고 나의 자식이 되어 유리 벽 너머에 앉아 있었다” 어머니와 딸에 대한 통찰과 빛나는 유년 시절의 기억 『어금니 깨물기』에서 눈에 띄는 것은 가족, 그중에서도 특히 어머니와 딸의 관계에 대한 시인의 통찰이다. 자랑스러운 딸이어야 하되 늘 남자 형제보다는 물러서 있어야 하고, 자주 어머니의 감정 받이가 되는 한국사회 많은 딸들의 운명을, 김소연 시인은 담담하게 써 내려간다. 나는 엄마를 오래 싫어했다. 엄마는 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나를 착취하는 사람이었고, 오빠보다 뒤에 서 있기를 지나치게 종용해온 억압의 주체였다. 나는 자랑스러운 딸이어야 하되 오빠보다 더 자랑스러우면 안 되었다. 아주 좁은 영역 안에서 적당히 운신하는 법을 나는 일찌감치 체득했다. (…) 이제는 엄마를 싫어하지 않게 됐다. 화해를 한 것도 아니고, 용서를 한 것도 아닌 채로 저절로 그렇게 됐다. _15쪽 ‘엄마를 오래 싫어했다’라는 말 속에 담긴 의미는 한마디로 표현하기 어려운 ‘애증’일 것이다. 어머니에 대한 미움을 토로하던 김소연 시인은, 어머니의 투병생활이 이어지며 그 미움이 사라지는 경험을 한다. 그리고 어느덧 돌봄의 주체가 뒤바뀐 상황을 인지하곤 ‘엄마는 엄마를 끝내고 나의 자식이 되었다’라는 인상적인 문장을 남긴다. 수많은 딸들이 마음속에 품고 있을 어머니에 대한 애증은, 시인의 문장을 통해 보통의 감정으로 보듬어진다. 김소연 시인은 어머니에 대한 고백을 한 축으로, 유년 시절의 기억들도 세세하게 소환한다. ‘뽑기’를 해 먹으려다가 국자를 태웠던 기억, 이발사 행세를 하려던 오빠에게 머리를 잘렸던 기억,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보냈던 연애편지를 몰래 읽으며 부모님의 젊은 시절을 상상하던 기억……. 가족 이야기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시인의 글들을 읽다 보면, 한 시절에 대한 추억이 지니고 있는 것이 한 사람의 삶을 얼마나 풍성하고 다채롭게 해주는가를 실감하게 된다. 또한 추억은 이야기로 남아 보석처럼 윤이 나는 돌멩이처럼 삶에서 오래도록 매만지게 되기도 한다. 생각이 짧았던 어린 시절의 많은 실수들은, 호기심은 왕성했으나 사고는 단순했고 현실은 예상을 빗나갔으나 대처 능력은 부재했기 때문에 빚어졌다. 단순했던 만큼, 간단하게 실수를 인정했고 명쾌하게 용서를 구했다. 벌을 받든 이해를 받든, 받을 것을 받았다. 후회를 하든, 반성을 하든, 할 것을 했다. 그랬기 때문에, 실수가 빚어낸 이야기 하나가 미담으로 서서히 변신할 수 있었다. 자꾸 매만져 보석처럼 윤이 나는 돌멩이처럼 반짝거리는 추억이 될 수 있었다. _95~96쪽 무릎을 감싼 채 웅크리고 앉은 아이가 자기 심장만을 바라보며 시를 썼던 시절, 시인과 시 쓰기에 대한 겹겹의 단상 첫 시집을 내기까지 웅크리고 앉아 시를 썼던 아이는 어느덧 여러 권의 시집을 내고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시인이 되었다. 김소연 시인의 시와 시 쓰기에 대한 지극한 애정은 산문집 곳곳에서 드러난다. 다른 시인의 시집들을 읽으며 “한 개인이 자기 방식으로 입을 열어 자기 어법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적어 내려간 세계”라고 표현하고, 시 쓰기의 고단함과 환희 또한 은은하고 나직하게 이야기한다. 특히 3부에 단독으로 실린 글 「덧없는 환희」에서 자신에게 영향을 끼친 외국 시인들을 한 명씩 호명하다가 폴란드의 시인 쉼보르스카를 끌어오는 대목도 주목할 만하다. 그를 두고 “시인의 위대함이 아니라 사람의 위대함을 완성해갔다”라고 깊은 애정을 드러낸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쉼보르스카의 언어들이, 한국 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이야기하는 과정은 자못 흥미롭기도 하다. 누군가가 나에게 이런 질감의 말을 걸어와주기를 고대하며 사는 것은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이런 질감의 대화를 나누지 않는 한, 숱하게 사람을 만나고 숱하게 대화를 해도 외로움은 더해지기만 한다는 것은 나만이 느끼는 허기는 아닐 것이다. 그래서 더더욱 나는 쉼보르스카와 대화를 하고 싶어 시집을 펼친다. _130쪽 늘 언어를 예민하게 다루는 시인만이 써 내려갈 수 있는 산문의 문장들이 있다. 또한 시와 산문은 그 어법이 분명 다르지만, 읽다 보면 시인의 산문은 마침내 ‘시’를 향해 가는 또 다른 여정이 아닌가 생각하게 한다. 시인과 글쓰기에 대해 각별해지고, 언어 앞에서 겸허해지는 고요한 경험을 권하고 싶다.

  본문중에서

증오심이 성장기의 내게는 얼마간 유용했다. 덕분에 내 마음대로 내가 되어갈 수 있었다. _16쪽 내가 숨기는 것들이 엄마에게 보일까봐, 바깥에서 내가 만난 사람과 보낸 시간과 해본 경험들이 엄마에게 읽힐까봐,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엄마가 다 알아버릴까봐, 엄마를 얼마나 싫어하는지 들킬까봐 싫었다. _18쪽 숟가락이 입속을 들락거릴 때에 치아와 부딪치는 소리 또한 좋아한다. 수프나 뜨거운 국물을 떠 마실 때의 느낌을 특히 좋아한다. 젓가락을 쓸 때에는 손에게 쾌락을 주는 느낌이라면, 숟가락을 쓸 때에는 크게 벌린 입에게 쾌락을 주는 느낌이 든다. 숟가락에 그득 담긴 찰랑찰랑한 액체를 입에 넣으면, 어쩐지 물약으로 된 해열제를 나에게 떠먹이던 어릴 적 엄마가 눈앞에 있는 것만 같고 나는 곧 회복될 것만 같다. _27쪽 이런 방식으로 이해라는 것이 나에게 올 때, 나 자신을 조금쯤 더 아끼게 된다. 노력해서 얻게 되는 이해라기보다는 저절로 와닿아서 비로소 살아나는 이해. _43쪽 장소라는 말과 공간이라는 말은 엄연히 구별된다. 장소는 시간이 부여해준 가치와 역사가 부여해준 이야기를 함께 담은, 고유한 이름이 있는 공간이다. _61쪽 기억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거기가 어디였는지를 기억할 수 있었다면 찾아오지 않았을 기억들을 되찾을 수 있어서.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백한 사물 하나가 증거물처럼 내 앞에 있다는 그 사실을 나는 시로 쓰기 시작했다. 명백한 것과 명백하지 않은 것의 간격 사이에서 비가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_70쪽 이러한 나를 견디다 견디다 공책을 펴고 연필을 들고 나는 시를 쓴다. 시를 쓰면서 또다시 치명적인 순간을 경험한다. 어떤 단어는 도망치고 싶어 하고, 어떤 단어는 자책하고, 어떤 단어는 애닳아하고, 어떤 단어는 어쩔 줄을 몰라 한다. 나는 더 어쩔 줄을 몰라 한다. _73쪽 아름다움에 매료되지만 아름다움이 어딘지 모를 비린내를 품고 있다는 것에 낙담하는 과정을 겪고, 괴로움인 줄 알았으나 괴로움이 종내는 비겁함의 다른 얼굴이었음을 확인하는 과정을 겪는다. _75쪽 아버지의 맨 처음 직업은 농업 교사였다. 저녁이면 야상 점퍼를 입고 다방에 나가 음악을 들었다. 그는 담배 피우는 법과 당구 치는 법을 배웠다기보다는 담배를 멋있게 피우는 법과 당구를 멋있게 치는 법을 배웠다. 멋있게 하는 법을 배우면 외롭지 않았다. 쉽게 누군가와 친해질 수 있었다. 어떤 사람은 다가와 인사를 건넸고 어떤 사람은 힐끗거렸다. 가장 무뚝뚝했던 사람에게 궁극의 구애를 펼쳐 그는 결혼을 했다. _105쪽 아버지는 자식들의 우상이었던 적이 없었다. 능력도 제로였지만 권위나 억압도 제로였기 때문에 아버지는 가족의 평등한 일원에 가까웠다. 하지만, 오래 기억하고 이야기 나눌 이미지 몇 가지를 확실하게 선물해주기는 하셨다. 이를테면 전나무 같은 것. 12월이 시작되면 잘생긴 전나무를 가져와 마루 한쪽에 세워두고 자식들에게 크리스마스 장식물을 매달게 했다.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전구에 휩싸인 전나무의 모습은 아버지의 모습이기도 했다. 플라스틱이 아닌, 진짜 전나무. 크리스마스 시즌에만 잠시 빛나던. _109~110쪽 상처에는 통증이 수반되지만 흉터에는 통증은 수반되지 않는다는 것을 마음에 새기면서 어떻게든 잘 지나가려 애를 썼다. 그리고 흉터를 흉터라고 부르지 않고 흔적이라고 부르려고 노력했다. ‘흉터’는 상처가 아문 자국을 뜻하는데, ‘상처’보다 ‘아문’에 더 의미를 둘 때에 그걸 흔적이라고 불러도 좋을 거라 생각했다. _164쪽 기다렸던 문장은 언제고 한 걸음 늦게 내게서 구현될 것이고, 그것을 구현하는 나는 언제고 다른 것을 기다리는 사람이 되어가는, 시차와 낙차를 경험하는 자가 될 것이다. 나는 시차와 낙차를 발견하는 자이고 그것을 자주 경험하는 자일 것이다. _170쪽 아빠는 엄마가 어떤 심정으로 편지에 답장 같은 것을 하지 않았는지 평생 이해하지 못했다. 아빠는 자신이 설계하고 있는 미래와 녹록지 않은 현재의 간극 사이에서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서, 자신의 열렬한 마음을 밤새 세세하게 적고 또 적을 수밖에 없었다. 그걸 받아줄 단 한 명의 수신자가 반드시 필요했다. 그 수신자가 엄마였다는 것은 그다음으로 중요했다. _220쪽

  목차

책머리에 1 엄마를 끝낸 엄마 2 입이 있다는 것 경주시 천군동 적산가옥 등 돌림 걸어서 그곳에 가기 조금 다르기 손전등을 비추며 걷던 밤 장소애場所愛, topophilia 간극의 비루함 속에서 기도를 잠시 멎게 하기 나를 애태우는 ‘무’ 빵과 너 실수가 찬란해지는 일 쓴도쿠와 쓴도쿠의 반대말 한결 같은 무능 모든 이의 시점 3 덧없는 환희 4 막연漠然함에 대하여 아등바등의 다음 스텝 소리하지 않는 바위 피부 뜯기 어금니를 깨무는 일 내가 시인이라면 어깃장의 시간들 얻기 2030년 1월 1일 화요일 맑음 내일은 무얼 할까 나무젓가락과 목각 인형 평화롭게 5 편지 두 상자

  저자 및 역자 소개

김소연 저 : 김소연 저
인적을 찾아보기 힘든 동네에서 사람보다 소 등에 업혀서 자랐다. 그래서인지 눈이 소를 닮아 고장 난 조리개처럼 느리게, 열고 닫힌다. 매일 지각하다. 시에 밑줄을 치게 되다. 선생과 불화하며 청소년기를 보내버리다. 마음과 몸이 분리되지 않고, 따라서 이 일 하며 동시에 저 일을 하는 건 불가능한 모노 스타일 라이프를 갖게 되었다. 하기 싫은 일은 죽어도 안 하는 강건한 정신의 소유자가 아니라, 하기 싫은 일은 하기도 전에 몸이 거부하는 이다. 실제로 그럴 땐 고열을 동반한 몸살에 시달릴 정도로, 몸과 마음의 완벽한 일원론적 합체를 이룬 변종이다. 그래서인지 마음에 관해서는 초능력에 가까운 신기를 보인다. 고양이처럼 마음의 결을 쓰다듬느라 보내는 하루가 아깝지 않고, 도무지 아무데도 관심 없는 개처럼 멍하니 하루를 보내는 데 천재적이다. 밥은 그렇다 치고 잠조차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몇 밤을 그냥 잊기도 한다. 몸에 좋은 음식에는 관심이 없고 아이스크림, 초콜릿, 커피를 주식처럼 복용한다.게으름과 꼼꼼함 덕분에 첫 시집 '극에 달하다'를 낸 이후 10년 만에 두 번째 시집 '빛들의 피곤이 밤을 끌어당긴다'를 최근에 가까스로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