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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사적인 마음의 탐색:아무도 모르는 내 마음속 폭풍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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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사적인 마음의 탐색: 아무도 모르는 내 마음속 폭풍에 대하여
서울: 바다, 2022
288 p.; 21 cm
공저자: 나윤석, 박동미, 안진용, 최현미
₩16500


  소장사항 : 을지대학교 학술정보원[의정부] [ 158.1 가72ㄱ ]

등록번호 소장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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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인터파크 바로가기

정유정, 핫펠트, 이수정, 정재승, 홍석천, 윤홍균, 하지현, 김건종과 함께 탐색한 우리 마음의 지형도 ‘우리는 모두 아프다’ ‘나는 어디가 아픈가?’ ‘다른 사람들은 지금, 어디가 아프지?’ 서로의 속마음을 보고, 나 자신에게 질문해야 한다 시작은 코로나였다. 우울하다는 말이 한창 넘쳐나던 코로나19 창궐기에, 다섯 저자는 서로가 느끼는 고립감과 스트레스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우리는 모두 아프다’는 허심탄회한 토로는 ‘아프면 아프다고 말해야 한다’는 나름의 진단에 도달했고, 구체적으로 ‘다른 사람들은 지금, 어디가 어떻게 아플까?’ 라는 커다란 질문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다섯 저자는 8개의 감정을 설명할, ‘마음의 당사자’들을 찾아 나선다. 저자 나윤석은 정재승을 만나 우울과 뇌과학의 관계를 곱씹으며 직장인으로서 가장 우울했을 때를 반추했는데, 뜻밖에도 정재승 또한 자신도 날마다 우울을 경험한다고 고백한다. 이 말을 들은 저자는 우울이라는 감정이 사회적 성취와 세간의 평가와 상관없이 감기처럼 찾아오는 거구나, 깨달으며 묘한 위안을 받는다. 정재승도 우울하고, 나도, 당신도 우울하다는 깨달음이 ‘나만 아프다’는 외로운 감각을 불식시킨 것이다. 또한 저자 나윤석은 정신과 전문의 하지현을 만나 한국의 교육 집착 세태를 보며 딸의 사교육 문제를 고찰하기에 이른다. 저자 박동미는 김건종을 만나 행복을 과시하고, 집착하는 문화적 움직임을 성찰하고, 소설가 정유정을 만나 시대의 나르시시즘적 풍경을 조망했다. 최현미는 사랑의 진화적 유래와, 역사성, 그리고 개인적 구원의 의미를 해찰한 뒤, 윤홍균을 만나 사랑이 절실하면서도, 한없이 사랑에 서툰 이 시대 사람들을 성찰했고, 김인구는 가파른 성공 뒤에 지독한 번아웃을 겪고, 용기 있는 모습으로 스스로 탈바꿈시키며, 가수 인생의 2번째 스테이지에 오른 가수, 핫펠트를 만났다. 안진용은 영화 〈해피투게더〉가 개봉하던 즈음, 커밍아웃을 하자마자 한국 사회가 한목소리로 상처 입혔던 홍석천을 만나 ‘콤플렉스’에 대한 달관의 이야기를 들었고, 범죄심리학자 이수정을 만나 미디어에서 비쳐지는 일촉즉발의 ‘국민적 분노’를 객관적으로 분석했다. 이 책은 권위자들의 견해를 빌리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자기 삶과 자기 고민과 섞여 들어간 이야기를 새롭게 구성했다. 책에서도 강조되었듯이 이 마음의 문제는 무엇보다도 ‘나 다움’이 중요하다. 결국 각자가 찾아 나서야 하는 ‘나만의 길’인 것이다. 아래 소개한 정신과 전문의 김건종의 말에, 주제의식이 녹아 있다. 순전히 나만 느끼는, 오롯이 사적인 나만의 행복은 타인의 것과는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자기 자신에게 말을 걸 수 있어야 한다. 다섯 저자들 또한 이 맥락에서 자기 자신에게 말을 걸고, 마음의 탐색을 시작했다. 우린 자꾸 ‘보편적인 행복’이 있을 거라 믿어요. 그래서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지?’ ‘권위자는 뭐라고 말했지?’ ‘그들 얘기가 옳은 거겠지?’ 하게 되고, 결국 괴리가 생기는 것이죠. 솔직히 이게 정말 우리 사회의 큰 문제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권위자나 전문가의 말을, 타인이 규정하는 행복이나 타인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가치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 말이에요. 행복은 내 자리에서 찾는 것이니까, 내 자신에게 먼저 질문할 수 있어야 해요. (88쪽) ‘왜 다들 행복을 과시하는가?’ 셀피와 SNS 시대 속 자존감과 나르시시즘 소설가 정유정은 자기 객관화가 전제되지 않은 채, 그저 자존감과 자존심을 높이라는 조언만 팽배한 작금의 세태를 꼬집는다. 그중에서도 SNS의 셀피 문화를 지적하며 이상적으로 미화되고, 부풀려진 자아의 표상이 어떤 문제를 초래하는지 역설한다. 저자 박동미도 행복에 관한 김건종의 이야기와 연이어서, 나르시시즘 문제를 고찰하게 된다. SNS에 난무하는 수백만 개의 해시태그를 관찰하며, 왜 타임라인에서 타임의 행복은 쉬워만 보이는지, 왜 나만 불행해 보이는지, 곱씹으며 이미 하나의 문화가 된, 행복을 과시하는 행복 중독적 행위들을 소개한다. 그리고 이렇게 만연해진 나르시시즘은 지극히 개인의 문제인 동시에, 한 시대의 풍경이 되었음을 지적하는데, 수많은 개인들이 비대해진 ‘내 안’에 갇혀 타인을 볼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정신과 전문의 윤홍균이 말하듯이, 낮은 자존감을 잘 회복한 사람은 나르시시스트가 아니라 자기 허물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사람이 된다. 낮은 자존감에 갇힌 사람들은 대체로 인생에서 제대로 사랑과 지지를 받아 본 경험이 적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SNS에 즐비한 나르시시즘적 셀피의 행렬, 혹은 행복 과시, 즉 타인이 좋다고 여기는 행복을 좇으며 남에게 보이기 위한 해시태그(#)대열은 저마다 서로 사랑하지 않고 지지를 제대로 받아본 적 없기 때문에 비롯된 아우성일까? 홍석천 또한 SNS에서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을 사는 불행한 이들을 지적한다. 무엇이 우리 스스로의 마음 탐색을 가로막고 있는 것일까? 정신과 전문의 김건종이 제시한 ‘행복 중독’이라는 개념은 이 질문에 답이 되어 준다. 타인의 시선이 중시된, 그저 그런 행복 중독에서 벗어나야, 진정한 행복에 가까워진다고 역설하는데, 이 지점에서 저자 박동미 또한 행복에 관한 긴 글을 쓰고 읽는 자신과 (이 책의 ‘행복’ 파트를 읽을) 독자들 모두 어느 정도, 행복에 집착하고 있음을 인정한다. 나아가 우리는 결국 그다지 행복하지 않았던 순간을 깊이 기억하기도 하고, 삶에서 가장 불편했던 순간을 가치 있다고 여기는 존재임을 숙고한다. 결국 행복에 대해 사유할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김건종은 다양한 어두운 감정과 그늘을 받아들일 줄 아는 태도를 강조하고, 우리가 추구할 것이 과연 행복뿐이냐는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각자의 행복의 길은 저마다 다를 수 있지만 김건종의 경우, ‘사람’ 이었고 ‘누군가와 함께하는 삶’이었다. 그리고 사랑을 강조한다. 자신의 깊고 오랜 감정들을 나눌 수 있는 상대를 만드는 일, 일반적인 사회적 관계에서 잘 쓰지 않는 ‘친밀함’을 토대로 만들어지는 그 관계 말이다. 이 맥락에서 최근 들어서 ‘이별 후유증’ 즉, ‘연애의 실패’ 후 상담을 오는 환자들이 늘었음을 지적한다. ‘삶에서 오는 자연스러운 괴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어두운 감정 자체를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것이다.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상처받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 만큼, 충분히 강한 내면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게 갖춰져 있어도, 이 사랑 또한 쉽지 않다. 무한경쟁시대의 사랑과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법 저자 최현미는 우리 모두가 어느 정도 애정 결핍 상태임을 지적하며, 지금 이 시대의 사랑이 어려움에 처했음을 강조한다. 나아가 너나없이 예민하고 고슴도치같이 뾰족뾰족한 우리가 어떻게 사랑할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지며, 게랄드 휘터가 말한 애착과 경쟁의 관계를 소개한다. 그렇게 작금의 경쟁 시스템이 사랑으로 가는 길을 막고 있다는 시대적 맥락을 읽어내며, 윤홍균에게 ‘사랑 수업’을 받기로 결심한다. 윤홍균은 예전에는 대가족 안에서 다른 가족이 연애와 사랑을 어떻게 하는지 몸소 관찰하며 자랐지만 지금은 그저 몇몇 친구의 사랑의 데이터, 드라마, 인터넷 게시판, 포르노라는 정보가 거의 전부가 되다 보니 더욱더 사랑이 어려워졌다고 말한다. 또한 생애주기별 사랑의 형태라는 현실적 대안과 중년과 노년의 사랑에 롤모델이 없는 현실을 지적하며 미디어에서 강조하는 이별의 과한 감정 소모 같은 정형화된 이미지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최현미는 이 사랑 수업을 찬찬히 따라가며, 인류 진화 역사에서 줄곧 중요한 생존 전략이었던 ‘사랑’이 현재 어떤 위기에 처했는지 조망한다. 책은 가장 주관적으로 보이는 이 마음들을 객관적으로 직시하려는 태도 또한 중시한다. 소설가 정유정은 나르시시즘을 극복하기 위해, 나 자신과 거리를 두는 방법으로 ‘대중 과학서 읽기’를 추천하는데, 그 이유가 ‘과학’이 ‘나’라는 존재를 나에게서 가장 멀리 떨어뜨려 놓기 때문이다. 이 태도는 우울을 설명하는 정재승의 태도와도 맞닿아 있다. 정재승은 뇌과학으로 우울이란 감정을 진단할 수 있다고 밝히며 뇌과학을 ‘마음을 탐구하는 학문’이라고 일컫는다. 그렇게 우울에 관한 객관적 진단 기준과 연구를 소개하는데, 예컨대 의지를 잃어버린 사람의 뇌는 일상의 작은 기쁨을 느끼고, 만족감을 느끼는 데 필요한 세로토닌을 분비시키는 보상중추(측좌핵)의 활동이 줄어들어 버리며 무엇보다 현재를 판단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전전두엽 기능이 떨어져서 자신을 평가절하하는 왜곡된 판단이 이어진다. 그리고 우울이라는 감정이 좋은 의사결정을 방해하고, 타인과의 관계를 단절시키고 내면으로만 침잠시키다가, 자살로 이어지는 과정에서는 일종의 ‘손익계산’이 작동함을 지적한다. 범죄심리학자 이수정은 ‘분노’ 자체는 유기체가 생존하기 위해 꼭 필요한 감정임을 잊지 않는다. 대뇌피질 가장 아래쪽 부분, 변연계에서 처리되는 감정 중에서 위협을 느낄 때, 상대가 나보다 강자일 경우 공포를 느끼고, 약자라고 느낄 때 ‘분노’가 표출되듯이, 분노와 공포의 뿌리가 같음을 지적한다. 일종의 자기 방어로서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직시하는 것이다. 물론 이 ‘분노’가 코로나 이후 비대면 사회가 전개되면서 활성화된 SNS를 통해 확산되기 쉬워진 지점을 문제 삼았다. 모두가 온라인으로 뉴스를 소비하다 보니 사건 사고에 노출되는 빈도수가 많아졌고, 끔찍한 사건일수록 공분을 표출하는 경로에 접근하기 쉬워진 것이다. 저자 나윤석은 우울을 뇌과학적으로 진단되고 있다는 대목에서 희망적인 시그널을 읽는다. 뚜렷한 뇌 변화가 읽힌다면, 학계에 축적된 연구가 진단 가능하다면 그다음이 있을 거라는 희망이다. 이후 정재승과의 인터뷰를 회상하며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우울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그 시절의 퍼즐을 맞춰 나가는데, 이른바 중력처럼 인정사정 보지 않고 밑으로만 하강하는 그 침잠을 일으켜세울 객관적인 지도가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수정 또한 ‘분노’의 객관적인 진단과 사회적 배경, SNS 사회의 살풍경을 그리고 난 뒤, 허탈할 정도로 손쉬워 보이는, 의외의 해결책을 제시한다. ‘생활 환경을 바꿔 보는 게 좋다’는 것이다. 컴퓨터만 들여다보지 말고 산책을 하는 등, 근육과 정신을 이완시켜야 한다고 강조다. 책은 이렇게 마음의 문제가 촉발하는 여러 맥락을 보여낸 뒤, 해결책과 조언, 경험담으로 이어진다. “일단은 살자고요”(핫펠트) “할 수 있는 것부터 하세요”(윤홍균) “몸을 움직여야 합니다”(하지현, 정유정) “콤플렉스는 극복할 것이 아니라 받아들여야 합니다”(홍석천) “누군가와 함께 하세요”(김건종) “우리에게는 과정을 통해 행복해지는 뇌가 있어요”(정재승) 8인의 ‘마음 당사자’들이 건네는 조언은 평범해서 오히려 새롭기도 하고, 지독하게 속앓이를 해 본 사람만이 말할 수 있는 달관의 경지가 느껴지기도 한다. 가수 핫펠트의 경우 가파른 성공 가도에서 벗어난 뒤, 자신이 겪은 심리상담 경험을 솔직하게 나누기 시작했는데, 화가 나면 화를 내고, 울고 싶으면 우는 것이 좋다, ‘그러나 다 좋은데 일단은 살자고요’라고 말한다. 신인 시절부터 핫펠트를 지켜봐 온 저자 김인구는 점점 주변의 눈치에 주눅 들지 않고 오히려 날이 갈수록 당당해지고 있는 핫펠트에게 강렬한 인상을 받고 자신의 번아웃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 방송인 홍석천 또한 흔히 ‘극복하라’는 서술어가 꼬리표처럼 달라붙는 ‘콤플렉스’는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인정하는 것’이 먼저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다들 콤플렉스 하나쯤 갖고 있는데, 없는 척하고 살고 있지 않나요?’라며 우리에게 솔직함을 촉구한다. 이를 지켜본 안진용은 이 콤플렉스가 결국 내 마음속에서 자생적으로 돋아난 것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 속에서 길러진 것임을 지적한다. 몸을 움직이라는 조언 또한 이어졌다. 소설가 정유정은 자신만의 마음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방법이자, 상처를 치유하는 자신만의 의식으로 ‘등산’을 추천했다. 자기 자신을 괴롭히는 방법이라고 표현했으나, 그만큼 자신을 잘 알기에 내릴 수 있는 자신만의 처방이다. 정신과 전문의 하지현 또한 틈날 때마다 가까운 공원에 가서 음악을 들으며 30분 정도 빨리 걸어보라고 권한다. ‘속보’라는 목적 있는 걷기는 우리를 잡념에서 벗어나게 해 준다.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또한 멘털 헬스, 정신 건강 치료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조언과 함께 컴퓨터만 들여다보지 말라고 말한다. 운동은 근육뿐 아니라 뇌도 강화한다. 나윤석이 제시했듯이 운동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우울감 해소 방편이다. 몸을 쓰면 기분을 향상시키는 세로토닌과 스트레스 대처 능력을 증강하는 노르에피테프린 분비가 촉진되기 때문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아무도 들여다볼 수 없는 영역, ‘가장 사적인 마음을 탐색한다’는 의미를 되짚어 보자. 책에 담긴 풍부한 조언과 정보, 지식을 가지고 우리는 다시 질문해야 한다. 마음은 지극히 사적이고, 아주 개인적인 영역이기에 내가 묻고 나만의 해답을, 갖춰야 한다. ‘나는 언제 행복하지?’ ‘나는 언제가 제일 아프지’ 하는 자문자답을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행해야 한다. 자신을 들여다보는 이 성찰과 실천은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다. 한 가지 답을 강조하는 문화적 대세가 있다면 벗어날 줄도 알아야 한다. 물론 많은 이들이 찬찬히 자신을 성찰하는 여력이 없을 정도로 현실에 치이고, 그런 구조적 어려움에 처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을 멈출 수 없다.

  본문중에서

특히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우울감이 심해졌어요. 작년까지만 해도 몸도 새롭게 추스르고 운동, 요리, 화분 가꾸기 같은 취미도 가져 봤는데 올해는 좀 지치네요. (중략) 정재승의 이 말은, 성취에 대한 세상의 평가와 상관없이 울적하고 불안한 감정은 감기처럼 때가 되면 찾아오고, 또 시일이 흐르면 사라지는 것이라는 얘기 같아 위안이 됐다. 정재승도 우울하고, 나도, 당신도 우울하다. 어쩌면 우리를 진정으로 무릎 꿇게 하는 건 ‘나만 아프다’는 외로운 감각인지도 모른다. 함께 아픔을 나눌 수 있다면 우리는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우울의 시간이 지나면, 바닥을 박차고 솟아오를 순간도 찾아올 것이다. 그때까지, 잘 버텨 보는 거다. __1장 우울: 한없이 가라앉고 무력해지는 마음 (45쪽) “안녕? 잘 지내지?” 정도의 안부 인사면 충분하다. 이렇게 사람과 유대관계를 맺으면 뇌에선 옥시토신이라는 신경 전달 물질이 만들어지고, 옥시토신은 마음을 안정시키는 세로토닌의 분비를 촉진한다. ‘질 높은 수면’도 반드시 숙지해야 할 솔루션이다. 잠을 제대로 못 자는 것은 우울증의 가장 흔한 증상일 뿐 아니라 우울증을 일으키 기고 유지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중략) 정재승은 행복과 우울의 관계를 생각하며 우울에서 벗어나 보자는 말을 건넸다. 흔히 우리는 ‘우울하면 불행한 것’이라고 인식한다. 이렇게 우울과 불행을 ‘등호(=)’로 연결하면, 우울한 상태에선 ‘행복’할 수 없다는 말이 된다. 하지만 정재승은 행복은 우울의 반대말이 아니라고 말한다. 슬픔을 모르는 인간을 상상하기 힘들 듯, 우울과 무관한 인간이란 어디에도 없기에, 우울을 끌어안고도 행복감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__1장 우울: 한없이 가라앉고 무력해지는 마음 (42쪽) 정재승과 우울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다 보니 문득 궁금해졌다. 삼십대 초반에 KAIST 교수가 된 이후 줄곧 실패 없는 인생을 살아온 것 같은 그도 우울하다고 느낄 때가 있을까. (중략)예상 외로 그는 “날마다 우울을 경험한다”고 했다. (중략) 정재승도 우울하고, 나도, 당신도 우울하다. 어쩌면 우리를 진정으로 무릎 꿇게 하는 건 ‘나만 아프다’는 외로운 감각인지도 모른다. 함께 아픔을 나눌 수 있다면 우리는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우울의 시간이 지나면, 바닥을 박차고 솟아오를 순간도 찾아올 것이다. 그때까지, 잘 버텨 보는 거다. __1장 우울: 한없이 가라앉고 무력해지는 마음 (44-46쪽) 많은 얘기를 들었지만, 솔직히 아직 불안하고 두렵다. 한국처럼 남들 눈을 의식하고, 행복의 기준이 ‘내적 성취’가 아닌 ‘비교 우위’인 나라에서 아이도, 나도 분명 상처를 입는 시간들이 있을 것이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수많은 억압에 아이가 멍드는 날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을 기억하며 언젠가 닥칠 그 나날을 겪어 보려 한다. 딸을 아끼고 사랑하되 딸만 바라보느라 나를 내팽개치는 잘못은 저지르지 않으려 한다. 불안하고 두렵다는 말을 이렇게 바꿔야겠다. 불안하고 두렵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딸과 함께할 날들이 가슴 떨리게 기다려진다고. 어서 딸이 학교에 들어가고, 친구를 사귀고, 뛰어놀고, 책을 읽으며 세상을 배웠으면 좋겠다. 그렇게 그녀가 무럭무럭 자라는 동안 나도 조금은 더 괜찮은 사람으로 성장하겠지. __2장 집착: 그만두고 싶은데, 멈출 수 없다 (74쪽) 사랑이 주는 감정에서 괴로운 것을 빼면 사랑이 아니고, 삶이 주는 풍경에서 그늘을 삭제하면 삶이 아니다. 그러니까 불행의 요소를 제거한 채 행복한 순간만을 좇고, 그것을 목적으로 할 때 이미 우리는 행복하지 않음을 증명하고 있을 뿐이다. 김 선생과 대화를 나누며 나는 먼 길을 돌고 돌아 다시 처음으로 돌아온 기분이 들었다. 아도르노가 이미 지적한 것처럼 행복을 말하는 순간, 우리는 행복에서 빠져나온다. 에릭 호퍼가 조소한 것처럼 행복의 추구야말로 불행의 주요 원인이다. 그러니 행복에 관한 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지금, 가장 바보 같은 짓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미안하지만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기꺼이 바보가 되겠다. 소중한 우리의 삶에서, 무엇이 가장 소중한지를 모르는, 진짜 바보는 되지 않아야 하니 말이다. __3장 행복: 이토록 개인적이고 사적인 순간 (110, 111쪽) 삶의 초점을, 의미를 우리는 행복에만 둘 수 없다. 삶에 어떻게 행복의 감정만 담는가. 매일의 지겨움, 내가 선택한 사람과 관계에 대한 책임, 시절을 함께한 것들에 대한 신의도 필요하다. 그러니 우리가 바라보아야 하는 건 행복 너머의 것, 건강한 마음 상태 그 이상의 것이다. 그리고 먼 훗날 삶을 돌아봤을 때, 우리가 ‘아 그게 내 삶의 최고의 순간이었지’ 라고 말할 수 있는 때는, 마냥 ‘좋은 때’라기보다는 내 삶을 더 잘 들여다보게 해 줬거나, 더 깊은 가치를 안겨 줬고, 더 충만하고 풍성한 삶을 선택할 수 있게 해 준 사건이나 순간, 계기, 과정에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종합 판단해 ‘좋았다, 행복했다, 최고였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탐구하며, 존재하는 것’만이 우리 앞에 주어진 길이자 과제로 남는다. __3장 행복: 이토록 개인적이고 사적인 순간 (113쪽) 사랑을 잘하는 건 인생을 잘 사는 것과 같다. 사랑의 기술은 인생의 기술과 다르지 않다. 열정만큼 현명함이 필요하다. 자신의 변화와 상대의 변화, 자신의 한계와 상대의 한계, 상대의 부족함과 자신의 미욱함을 알아야 한다. 인생도, 사랑도 쉽지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삶을 완성해 나가야 한다. 우리는 왜 이토록 어려운 사랑을 하는 것일까. __4장 사랑: 애착이 사라진 무한 경쟁 시대의 사랑 (136, 137쪽) 하지만 최근 심리학의 흐름은 사랑은 이해할 수 있고 심지어 사랑의 기술을 배워야 한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이같은 전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1990년대 초 등장한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이다. fMRI는 혈류와 관련된 변화를 감지하여 뇌 활동을 측정하는 기술로 이를 통해 사랑을 과학적으로 볼 수 있게 됐다. (중략) 그렇다면 사랑의 기술은 구체적인 어떤 것일까. 윤홍균 선생은 우리가 사랑을 위해 배워야 하는 기술을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친밀력, 거절력, 대화력, 사과력, 지속력이다. __4장 사랑: 애착이 사라진 무한 경쟁 시대의 사랑 (154, 155쪽) “내가 무얼 하면 마음이 편한지, 명상이든 요가든, 이것저것 시도하며 찾아내고, 실제로 행하는 게 중요합니다.” 자기애는 ‘나’만 보이는 것이다. 그저 거울 속 나만 바라보는 거울 모드에 있는 것이다. 일단 ‘나’에게서 거리를 두는 것이 지나친 자기애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이다. 오로지 나만 볼 것이 아니라 타인을 보아야 한다. 자신을, 사람을, 그리고 세상을 잘 판단할 지혜와 힘을 길러 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다. 뻔하고 당연하게 들리지만, 이보다 더 좋은 공부는 없다. __5장 나르시시즘: 자기애와 자존감 사이에서 비틀거리다 (189쪽) 대면 활동이 줄며 대중은 더욱 스마트폰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온라인을 통해 모든 정보를 얻고, SNS를 통해 소통한다. 지인뿐만 아니라 지구 반대편에 있는 이들과도 단박에 연결될 수 있는 세상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외출할 필요도 없다. 온라인 주문만 하면 전국 각지 맛집의 음식을 집 안 식탁에서 맛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편리함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았다. 지나치게 많은 정보를 접하고 되고, 특정 사안에 대한 의견 수렴 및 발산이 쉬워지면서 사회적 분노가 커지는 형국이다. TV나 신문을 통해서나 볼 수 있던 뉴스들을 더 쉽게, 많이 접하게 되면서 분노의 확산 역시 빨라진 셈이다. SNS 대화방 등을 통해 특정 주제를 지인들에게 전파하고 특정한 방향으로 의견을 모으는 행위 또한 분노를 재창출하는 결과를 초래하곤 한다. 지나치게 사소한 일까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리며 동의를 부탁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__6장 분노: 강자에겐 공포를, 약자에겐 분노를 느낀다면 (210쪽) 최선을 다했다며, 스스로 위로하고 보듬어 주라는 말, 세상이 아무리 무너져도 “일단 살아라”는 말은 편안하지만 강렬했다. 무엇보다 자신의 인생에서 무언가를 깊이 체화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묵직한 조언이기 때문이다. 그 말을 계속 곱씹게 될 정도로 좋았고, 핫펠트에 관한 연말 기사는 “일단 살아라”라는 문장으로 서두를 열었다. 어김없이 한 해의 마지막에 찾아오는 계절성 번아웃에 시달리고 있었지만 핫펠트로부터 ‘일단 살아라’라는 말을 직접 들었을 때, 그리고 노트북 앞에 앉아 그 문장을 한 글자씩 타이핑을 하는데 가슴 깊은 위안이 느껴졌다. 나도 이젠 누군가에게 핫펠트에게 받은 위안을 제대로 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__7장 번아웃: 최선을 다한 대가로 사그라든 열정 (258쪽) SNS에서 과시를 위한 사진을 올리거나 익명성에 숨어 분노하고 남을 공격하는 모습들이 바로 위와 같은 변화라 고 강조한다. 그런데 비대면을 강요하는 코로나19 시대는 이를 가속화시켰다. 대면의 온기는 비대면의 편리와 안전에 밀렸다. 하지만 감정의 진화가 기술의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는 형국이다. 누군가는 SNS를 통해 과시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이를 부러워하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그리고 이는 또 다른 콤플렉스의 양산으로 이어진다. __8장 콤플렉스: 남들보다 못하다는 열등감 사이에서 (284쪽)

  목차

프롤로그: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라 1장 우울: 한없이 가라앉고 무력해지는 마음 사소한 것이라도 결정해 보세요 뇌과학자 정재승의 우울 탐색 _ 나윤석 2장 집착: 그만두고 싶은데, 멈출 수 없다 내가 내 삶의 대주주가 되어야 합니다 정신과 전문의 하지현의 집착 탐색 _ 나윤석 3장 행복: 이토록 개인적이고 사적인 순간 어둠을 받아들여야, 진정한 행복이 시작됩니다 정신과 전문의 김건종의 행복 탐색 _ 박동미 4장 사랑: 애착이 사라진 무한 경쟁 시대의 사랑 사랑은 언제나 우리의 생존 전략이었다 정신과 전문의 윤홍균의 사랑 탐색 _ 최현미 5장 나르시시즘: 자기애와 자존감 사이에서 비틀거리다 나 자신에게 거리를 둬야, 인간이 보입니다 소설가 정유정의 나르시시즘 탐색 _ 박동미 6장 분노: 강자에겐 공포를, 약자에겐 분노를 느낀다면 온라인에서 벗어나, 문 밖으로 나가야 합니다 범죄심리학자 이수정의 분노 탐색 _ 안진용 7장 번아웃: 최선을 다한 대가로 사그라든 열정 다 좋은데 일단은 살자고요 가수 핫펠트의 번아웃 탐색 _ 김인구 8장 콤플렉스: 남들보다 못하다는 열등감 사이에서 극복하지 말고, 일단 받아들여야 합니다 방송인 홍석천의 콤플렉스 탐색 _ 안진용

  저자 및 역자 소개

김인구, 나윤석, 박동미, 안진용, 최현미 저 : 김인구 저
한류와 K팝의 최전선을 주시하는 기자. 가수 핫펠트에게 번아웃 극복기를 들으며 얻은 힘을, 독자에게 전달하고 싶었다. 지은 책으로는 《개념 연예인》 《스타 이미지 탐구 장동건》(공저) 《스타 이미지 탐구 김혜수》(공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