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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좋았던 시간에 :김소연 여행산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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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좋았던 시간에 : 김소연 여행산문집
파주 : 달, 2020
253 p. : 천연색삽화 ; 21 cm


  소장사항 : 을지대학교 학술정보원[대전] [ 897.87 김55ㄱ ]

등록번호 소장정보
EM046880 대출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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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장위치 : 단행본서가
  • 을지 도서대출 신청 가능 권수 없음
EM046881 대출가능
  • Vol.Copy : c.2
  • 별치기호 :
  • 소장위치 : 단행본서가
  • 을지 도서대출 신청 가능 권수 없음



  책소개 인터파크 바로가기

더 먼 곳으로 가고 싶었고, 먼 곳이 되고 싶었다 시인에게 여행은 ‘우주를 독식하는 시간’이었다. 여행을 가서는 찻물을 끓이는 데 한나절을 들이고, 엽서를 고르는 데 한나절을 보내고, 엽서에 적을 문장을 고르는 데 또 한나절을 썼다. 결국 “나는 이곳에 와 있어”로 시작되는 엽서 한 장을 쓰기 위해서 어떤 하루를 살았다. 빵과 커피에서 풍겨나오는 구수한 냄새를 맡으며 한없이 삶에 이끌리는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먼 곳에서 만나는 잠깐의 좋은 시간, 평생 간직할 한두 장의 사진을 위해 낯선 세상으로 떠났다. 느린 사람들이 느리게 살아가는 곳을 좋아했고, 마음에 드는 곳에서 좀더 머물며 시간을 썼다. 시인에게 여행은 ‘도처에서 새로이 태어나는 시간’이기도 했다.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며 자신 또한 낯선 사람이 되기도 했다. 원치 않은 길 위에 서서 원치 않은 방향으로 이끌려가지 않도록 욕망을 점검하고, 심장이 ‘무덤무덤’ 뛰지 않고 ‘빠담빠담’ 뛰는 날들에 집중했다. 그런 자신의 상태를 깨닫고 살피며 그만의 즐거움을 찾아갔다. 어떤 도시에서는 열심히 관광했고 어떤 도시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시도 쓰지 않았다. 짐을 풀고 짐을 싸고를 반복했다. 만나는 사람들에게는 주로 이런 말을 했다. “고마웠어요.” “보고 싶을 거예요.” “잘 지냈어요.” “우리 여기에 좀더 있을까?” 그림으로 수첩 한 권을 채워가며 대화를 나누기도 했고, 이야기를 잘 나누고 헤어졌는데 서로가 도무지 어느 말로 어떻게 소통했는지 모르겠는 때도 있었다. 목적한 적 없는 시간을 보냈고, 그 시간이 좋았다. 돌아보니 모든 게 믿기지 않는 이야기 아닌가. 1부에서는 일단 떠나 세상의 시간을 향유했고, 2부에서는 그가 만난 인상적인 장면들을 모아 일기를 쓰며 자신의 상태를 곰곰 살폈다. 3부에서는 여행하던 날에 자유로웠던 시간을 사색하고 그 아름다움에 대해 깨닫는다. 우리에겐 여전히 지난날들의 시간이, 지난날에 가능했던 이야기들이 필요하다. 어느덧 언택트 시대에 익숙해지고 있지만 우리는 콘택트 시대의 향수를 갖고 있기에. 당신에게도 있었을 것이 분명한 그 좋았던 시간을 이 책으로 다시 겪어볼 수 있기를 바란다. 지금 당장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이 조금의 안도감과 좋았던 시간을 안겨줄 수 있기를, 기억을 소환해 앞으로의 우리들을 더 좋은 날들로 이끌기를 바란다.

  본문중에서

시인 정지용은 여행을 ‘이가락離家樂’이라 했다. 집 떠나는 즐거움. 나는 이 말을 좋아한다. 우선 근사한 여행지를 전제하지 않아서 좋다. 그저 집을 떠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그 뜻이 좋다. 집을 떠나면 우선 나는 달라진다. 낯선 내가 된다. 낯설지만 나를 되찾은 것 같아진다. 내가 달라진다는 게 좋다. 달라질 수 있는 내 모습을 확인하는 일이 무엇보다 좋다. _32쪽 「낯선 사람이 되는 시간」 길을 잃었다고 생각하다니, 나는 다시 산책을 시작했다. 그곳 사람들에게서 배운 그들의 인사말을 하면서. _101쪽 「길을 잃고서 만난 사람」 아무에게도 알려주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시골 마을을 발견했다.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할아버지와 자그마한 와사비소금 한 병을 소중하게 포장해주는 할머니를 만났다. 그런 할아버지와 친구가 되는 그런 할머니로 늙어가야지 하며 빙그레 웃었다. 집에 돌아와 냉장고 속 어묵을 꺼내고 무 반토막을 꺼내어 멸치 우린 물에 넣었다. 팔팔 끓여 푹 익힌 어묵과 무를 와사비소금에 찍어 먹었다. 그 다음날도 먹었다. _122쪽 「시골 마을」 폐허에는 언제나 온전치 못함에서 발생되는 아름다움이 아니라 아름다움의 이면을 간직한 아름다움이 배어 있다. 훼손된 채로 세월 속에 간직되어 있는 그 자체가 주는 아름다움. 비극과 참담과 세월. 이 세 개의 꼭짓점이 먼 곳에서 한데 만나는 소실점 같은. _160쪽 「이끼 순례」 결속력 없이도 행할 수 있는 다정한 관계, 목적 없이도 걸음을 옮기는 산책, 무용한 줄 알지만 즐기게 되는 취미생활, 이름도 알지 못하는 미물들에게 잠깐의 시선을 주는 일,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은 채로 멍하니 앉아 있는 시간, 싱거운 대화, 미지근한 안부. 식물처럼 햇볕을 쬐고 바람을 쐬는 일. 인연이 희박한 사람, 무관한 사람, 친교에의 암묵적 약속 없는 사람과 나누는 유대감. 이 수수한 마주침을 누리는 시간이 나는 회복이라고 생각한다. 그 시간에 사람은 목소리와 표정과 손길로 실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_245쪽 「수수한 마주침」 아무것도 아닌 장면을 오래 들여다볼 때가 많다. 하염없이. 생각 없이. 아무것도 아닌 장면인 줄 알지만 그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 도저히 믿기지가 않는 것이다.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은 내가 아는 말 중에 가장 기만에 가까운 말이 되어간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도무지 아무것도 아닐 수는 없는 것들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는 것이 요즘 나의 주된 업무이다. _250쪽 「어떤 경우에도」

  목차

찻물을 끓이는 데에 한나절을 보냈다 1부 여행은 좋았나요? / 낯선 사람이 되는 시간 / 풀잎 바람개비 / 아직 사라지지 않은 세상 / 학교 / 여행 사진 / 세 사람 / 끝이 보이는 맑은 날 / 귈레귈레 / 보자기 옆에 보자기 옆에 보자기 / 풍상에 대하여 / 무늬의 뒷모습 / 축구공 / 낯선 곳에서 만난 낯선 아이에게 / 정든 얼굴 / 여행이 가고 싶어질 때마다 바라나시를 생각한다 / 한 번과 한 번 / 길을 잃고서 만난 사람 / 두 사람 / 사소하게 완벽해지는 장소 / 골목의 완성 / 시골 마을 2부 1월 3일 / 1월 5일 / 1월 14일 / 1월 16일 / 1월 20일 / 1월 25일 / 1월 29일 / 1월 30일 / 2월 1일 / 2월 3일 / 2월 8일 / 2월 12일 / 2월 14일 / 2월 16일 / 2월 18일 / 2월 21일 / 2월 24일 / 2월 27일 / 2월 28일 3부 빈집 / 이끼 순례 / 아무에 대하여 / 여행 멈추기 / 잠든 친구의 얼굴 / 겨울에 꺼내는 여름 / 누구나의 나무 / 남루함이 빛난다 / 표표하게 / 오래도록 밟아서 / 돌고래를 만난 걸까 / 십 년 후 / 폭설 / 관광지 / 한 달 / 바캉스적 인간 / 장래 희망 / 기념품 / 무서움 뒤에 온 것들 / 다 왔구나 / 최종 여행지 / 수수한 마주침 / 어떤 경우에도 / 공기

  저자 및 역자 소개

김소연 저 : 김소연 저
인적을 찾아보기 힘든 동네에서 사람보다 소 등에 업혀서 자랐다. 그래서인지 눈이 소를 닮아 고장 난 조리개처럼 느리게, 열고 닫힌다. 매일 지각하다. 시에 밑줄을 치게 되다. 선생과 불화하며 청소년기를 보내버리다. 마음과 몸이 분리되지 않고, 따라서 이 일 하며 동시에 저 일을 하는 건 불가능한 모노 스타일 라이프를 갖게 되었다. 하기 싫은 일은 죽어도 안 하는 강건한 정신의 소유자가 아니라, 하기 싫은 일은 하기도 전에 몸이 거부하는 이다. 실제로 그럴 땐 고열을 동반한 몸살에 시달릴 정도로, 몸과 마음의 완벽한 일원론적 합체를 이룬 변종이다. 그래서인지 마음에 관해서는 초능력에 가까운 신기를 보인다. 고양이처럼 마음의 결을 쓰다듬느라 보내는 하루가 아깝지 않고, 도무지 아무데도 관심 없는 개처럼 멍하니 하루를 보내는 데 천재적이다. 밥은 그렇다 치고 잠조차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몇 밤을 그냥 잊기도 한다. 몸에 좋은 음식에는 관심이 없고 아이스크림, 초콜릿, 커피를 주식처럼 복용한다.게으름과 꼼꼼함 덕분에 첫 시집 '극에 달하다'를 낸 이후 10년 만에 두 번째 시집 '빛들의 피곤이 밤을 끌어당긴다'를 최근에 가까스로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