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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인보:고은시집.21/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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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인보: 고은시집. 21/22/23
완간 개정판
파주 : 창비, 2010
905 p. ; 24 cm
한자표제: 萬人譜
색인수록
₩35000


  소장사항 : 을지대학교 학술정보원[대전] [ 811.1 고67ㅁ2 ]

등록번호 소장정보
EM047444 대출가능
  • Vol.Copy : v.8
  • 별치기호 :
  • 소장위치 : 단행본서가
  • 을지 도서대출 신청 가능 권수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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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인보(완간 개정판)』 세계문학사의 기념비적인 역작! 25년의 집필, 전30권 총4,001편의 만인과 시대에 바치는 연작시편 만인보는 완간은 그 자체로 충분히 경이로운 향연이다. 이제 독자들이 즐길 일만 남았다. - 백낙청 문학평론가 시인이 그려준 거대한 벽화를 보며 운명과 사랑이 점철된 ‘역사’를 듣고 오늘의 삶을 생각한다. - 김병익 문학평론가 만인보는 오늘날의 문학에서 가장 비범한 기획의 하나이다. 더할 나위 없이 감칠맛 나고, 사람들 삶의 세목으로 충만하다. - 로버트 하스(Robert Hass) 놀라운 작품들이다. 몇천개의 삶을 시 속에 새겨서 보여주는 에끄프라시스들이다. 고은은 아케론강을 열 번이나 승자로 건넜다 - 미셸 드기(Michel Deguy) 한국 시단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시인 고은(77)의 연작시편 『만인보』가 전30권으로 완간되었다. 1980년 여름 내란음모 및 계엄법 위반으로 육군교도소 특별감방에 갇혀 있는 동안 구상한 지 만 30년 만에, 1986년 1·2·3권을 출간한 이래 25년 만에 대장정의 막을 내린 것. 경이롭다고밖에 할 수 없는 총 작품수 4001편, 조연급 정도만 포함해도 등장인물은 5600여명에 이른다. 이번에 출간되는 것은 완간을 기념하여 기존에 출간된 1-26권을 출간 시기별로 양장합본하고 여기에 신간 27-30권을 더하여 전12권의 전집(연보·인터뷰·작품색인·인명색인 등을 담은 별책 1권 포함)으로 묶은 것이다. 시인은 지난여름 신간원고를 탈고한 이후 전집 출간에 맞추어 약 8개월에 걸쳐 역사적 사실관계나 인명 착오 등 기간본의 오류를 바로잡고 4천편이 넘는 작품을 일일이 손을 보는 등 작가로서의 왕성한 열정을 보여주었다. 세계 시단에서도 ‘20세기 세계문학 최고의 기획’이라 평가받는 『만인보』는 말 그대로 ‘시로 쓴 인물 백과사전’이다. 시인생활 30년 만에 봇물처럼 터져나온 ‘사람들에 관한 노래’가 대하(大河)를 이루어 망망대해로 나아가는 파도소리에 우리는 경탄할 수밖에 없다. ‘빠리의 호적부’와 겨루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던 발자끄에 빗대어 말하자면 가히 ‘시로 쓴 한민족의 호적부’라 이를 만하다. 그 어떤 대하소설도 에 버금가는 성과라 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전집 1권(1-3권, 초판: 1986년 11월)과 2권(4-6권, 초판: 1988년 11월)은 시인이 “우선 내 어린 시절의 기초 환경으로부터 나아간다”고 밝힌 것처럼 예사롭지 않은 고향사람들의 이야기가 흑백사진처럼 펼쳐진다. 1권만 살펴봐도 코흘리개 시인에게 ‘가갸거겨’를 깨우쳐준 「머슴 대길이」를 비롯하여 ‘바그메댁, 수레기댁, 똥가래, 밭가래, 효조지 영감, 턱점백이, 찬밥네, 따옥이, 찐득이’ 등 그 이름부터가 눈에 띄는 동시에 탁월한 완성도를 갖춘 작품들이다. ‘쇠정지, 동고티, 갈메’ 등 이름도 정겨운 마을에는 굶주림의 고통과 대물림되는 가난의 세월에도 넉넉한 웃음을 잃지 않는 정 많은 이웃과 사람 사는 동네에는 꼭 한둘은 있게 마련인 밉살맞고 아기똥한 이웃이 더불어 살아가며 마을의 역사를 일구어나간다. 그리고 시인의 집에는 “삼년 원수도 술 주면 좋”다 하는 할아버지(18면)와 “아무리 고달픈 길 걸어도/사뭇 꿈꾸는 사람”인 아버지(45면)와 “북두칠성 푹 가라앉은 신새벽”에도 “곤한 몸 누일 데 없”는 어머니(35면)가 있다. 시인은 이렇듯 다양한 인물들을 살가운 입담으로 불러내어 사랑방 화롯가에서 옛이야기를 듣는 듯한 푸근함을 전해준다. 그 속에는 또한 ‘사람’에 대한 애정이 물씬 배어나는 시인의 애틋한 마음이 오롯이 담겨 있다. 전집 3권(7-9권, 초판: 1989년 12월)에 이르러 시인은 비로소 고향의 산천을 벗어나 1950년대의 간난한 세월을 살아오면서 만나고 스쳐간 사람들을 불러내어 당대의 삶을 이야기한다. 여기서 우리가 눈여겨볼 것은 민초들의 모습이 다양한 형태로 형상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평생 남의 일 해주고/남의 마음 달래주고/제 그림자마저/남을 위해 있다가” 세상 떠난 신석공(8권)과 그 못지않게 “늘 기운 옷 입거나/해진 베등거리 걸치거나 하”면서 파란만장한 일생을 살다 간 김목공(9권)과 그들의 가족, 그리고 “낮거리하기로 하늘 아래 좍하니 소문”난 얼금뱅이 진태묵(7권), “잔칫집이나/초상집 가서/하루 삼시 세때 잘 먹고”도 꼭 “남은 음식 걷어가지고 일어”서는 뻔뻔이 강순달(9권)과 그의 마누라(9권) 등 시 속에 불려나온 사람들은 한결같이 저마다의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 비단 이름 석 자뿐인 ‘무지렁이 촌것들’뿐만 아니라 “멋쟁이” 진보당 당수 조봉암(7권), ‘삼일천하’의 김옥균(7권), 광복 후 미군을 환영하러 나갔다가 일본군의 총에 맞아 죽은 인천노조위원장 권평건(7권), “감격 없는 시대를/감격으로 마치고자” 했던 “애오라지 시인적인 시인” 임화(8권), 만민공동회 연사로 나섰던 ‘백정’ 박성춘(8권), “첫사랑이 공산주의였”던 “고독의 혁명” 빨치산 대장 이현상(9권), “나라가 할 일/혼자의 엄두로 해내고” 사라져버린 고산자 김정호(9권) 등등 풀뿌리 사이사이 등장하는 역사 속의 인물들 또한 마찬가지이다. 온전히 기억에 기댄 시인의 탁월한 상상력과 이야기를 엮어내는 능숙한 솜씨로 인하여 우리는 시공을 넘나들며 당대의 삶 속으로 빠져든다. 여기에는 변함없이 이야기꾼으로서의 시인의 주특기라 할 수 있는 날것 그대로의 입말이 한몫 거든다. 이후 7년간의 공백을 거친 뒤에 나온 전집 4권(10-12권, 초판: 1996년 11월)과 5권(13-15권, 초판: 1997년 6월)은 주로 ‘70년대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동시대를 살아온 독자라면 이름만으로도 친숙한 인물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주로 사회 각 분야에서 시인과 뜻을 함께했던 ‘동지’들이다. “하얀 머리칼/하얀 수염/하얀 두루마기/하얀 고무신”차림에 “어제도 오늘도/허위허위 쉬지 않는 말”뿐인 “뒷모습까지도 말”인 함석헌(10권), “작은 몸에 큰 염통”을 지닌 “7백만 노동자의 어머니” 이소선(10권), “죽음으로 싸움을 이끌었”던 장준하(10권), 저 암울한 70년대에 “한국의 도처에/세계의 도처에” 있었던 김지하(10권), “70년대 이래 한반도에서/가장 어린 사람”이었다가 “80년대 이래 한반도에서/가장 젊은 사람”이었던 문익환 목사(11권), “한 걸음도 조심스러운 언론인”에서 “역사의 사람”으로 거듭난 송건호(11권), “누구이든 마음 편하게 해주며” “어느 때나 곱게 웃으며 오는” 신경림(11권), “남에게 한가닥 감정 보이지 않”고 “자기 자신에게 엄밀한” 백낙청(12권) 등 70년대 민주화운동을 이끌었던 수많은 인사들이 시인의 프리즘을 통해 새로운 면모로 드러난다. 여기에 더하여 시인은 동지쪽은 물론이거니와 반대쪽의 사람도 자신을 키워준 육친임을 고백하며 그들 또한 한 마당에 하나둘 불러들인다. “일본 육군의 모범 장교”였던 “성난 독사” 박정희(11권)를 비롯하여 “각하를 거스르는 자라면/몇만명쯤/아예 없애버”리면 그뿐이라는 차지철(10권), “결코 어리석지 않은 배불뚝이” 김형욱(11권), “영리하기 짝이 없는 무능으로/만능을 누렸”던 정일권(13권), “박정희교의 수제자” 이후락(13권)들을 불러내 그들의 망동을 준엄하게 되묻는다. “개발이 악이 아니라 선이기를/ 개발이 정치가 아니기를”이라는 촌철살인으로 예언자적 일갈을 던진 이명박(15권)에 이르면 독자는 탄성을 지를 수밖에 없다. 한편 “고난이 필요한 시대 고난의 과녁이었”던 김대중(10권), “한번도 분노를 떠뜨리지 않아도/가장 강했”던 김수환 추기경(10권), “옷깃에 티끌 하나 용납하”지 않고 “방금 새옷으로 갈아입은 소녀”처럼 “오로지 깨끗해야” 했던 법정 스님(11권), “모든 것을 혼자 시작했‘고 ”혼자 물러서서 그늘이 되었“던 노무현(13권) 들을 만날 때면 최근에 고인이 된 그들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또한 ”그가 죽어 한 시대가 열렸“던 전태일 열사(15권)를 비롯하여 민주화투쟁에 온몸을 불사르고 혹은 의문의 죽음을 당했던 열사들(15권 별편)의 이야기 앞에서는 저 끔찍했던 군사독재 시절로 빠져드는 전율마저 느끼게 된다. 다시 또 7년간의 공백 뒤에 달고 다섯 권이 동시에 출간된 전집 6권(16-18권)과 7권(19-20권, 초판: 2004년 1월)은 식민지시대를 거쳐 해방공간과 한국전쟁 전후의 소용돌이에 휩쓸린 인간 군상을 다룬다. 시인은 한국전쟁 시기 가공할 폭력과 폐허의 시대를 살아낸 뭇사람들의 삶을 통해 고통스러운 역사의 의미를 되묻고 그에 짓밟힌 온갖 형상의 인간들을 보듬어 안는다. “대한민국 국군 군번 1번” 이형근(16권), 한나라의 국방장관이기 이전에 “늙은 독재자에게 필요한 교활한 환관”일 뿐인 신성모(16권), “가장 인간다운 장군”이자 “대한민국 육군의 명예” 이종찬(16권), “나라의 불행”과 “나라의 모순을 잘 쓰고 남”긴 이승만(18권), 그 “이승만의 집사” 이기붕(19권), “시인 일류/비평가 일류”이나 “혁명가는 차라리 삼류”가 좋았을 임화(20권), “섬세한 독신 여인”이었다가 극한 상황에서 “잔인한 독부”가 되어버린 노천명(20권), “피난가려고 짐을 꾸리는 판”에 “초라한 방문객 맞아” “가야금산조 하나를 다 들려주”고 “남은 쌀 닷되와/먹다 남은 밥 싸서 주”던 김소희(17권) 들과 같이 세상에 이름 석자를 남긴 인물 외에도 “지프차 미군 두 놈에게/강간당”한 뒤 “감싸주는 곳이 아니라/손가락질하는” 고향을 떠나 ‘에레나’가 되어버린 순자(16권)와 같은 무명의 갑남을녀들이 보복과 복수로 점철된 야만의 상황에서 짐승으로 취급받고 “폐허에서 살아남은” 아기가 “학살당한 엄마의 젖을 빨고 있는”(16권) 끔찍한 장면들이 절망의 빛이 어린 시인의 냉정한 시선으로 그려진다. 시인은 이로써 “고통스러운 역사를 되새김질하고 그 역사를 만들어오고 혹은 그것에 짓밟힌 만상의 인간들을 사랑하며 껴안고 뺨 비비며 삶의 진의와 세계의 진수를 손가락으로 끄집어내”(김병익, 20권 『해설』)면서 이 거대한 “벽화”는 디름 아닌 “절망 이후의 연대기”이면서 “나와 타자들이 자유를 낳는 사회순환을 위한 마당”임을 밝힌다. 전집 8권(21-23권, 초판: 2006년 3월)은 4·19혁명기를 시대 배경으로 하여 또 한 장의 거대한 벽화를 펼쳐 보인다. 혁명을 이끈 주축인 학생들과 반대편의 부패한 정권 실세들을 핵심에 두고, 그 주위를 떠돌며 동시대를 살아간 ‘보통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순간들을 포착하여 우리를 격동의 역사 현장으로 안내한다. 시인은 흘러간 시간 속에 들어박힌 ‘뭇사람들의 한순간들'을 날렵한 필치로 주도면밀하게 그려내면서, 순간이 역사로 화하고 보잘것없는 개인이 역사적 사건의 일부가 되는 이 거대한 움직임을 엄정한 시선으로 하나하나 새겨넣는다. “하나의 죽음이/혁명의 꼭지에 솟아"오른 김주열(21권) 옆에는 천애고아 구두닦이 오성원이 “저금통장 남기고 총 맞아 쓰러”져(21권) 있고, 한쪽에서는 “신문다발/한 팔로 안은 채” 쏠 테면 쏴보라고 계엄군 병사에게 외치는 김두철(21권)이 우뚝 서 있다. 겉으로는 대통령 “남편의 구멍난 양말/전구알에 끼워서 기우는 아낙이나/안으로는 모두 다 쉬쉬하는 권력의 황후” 프란체스카(21권)와 도저히 “부족을 못 견”디고 “만족을 못 견딘” 여인 박마리아(21권)가 있는가 하면, 경찰기동대장 남편은 데모 진압으로 “엿새째 집에 오지 않”건만 “장바구니 들고/동대문 신설동 카바레에 갔다”가 제비사내를 만나 “혁명의 밤” 여관 구석방에서 “뜨겁게 살아”나는 한 여자(21권)가 있다. 혁명에 참가한 사람들의 죽음은 너무나 흔하고 허망하고, 뒤에 남은 사람들의 사연은 처절하기만 하다. 혁명은 금세 “저만치 실 끊긴 연처럼 너울너울 꼬리 내"리고(22권), 각성제를 먹어가며 하루 열여섯 시간씩 일하면서도 ”붕어빵 두 개만 먹으면 원이 없겠다“는 미싱 견습공 임옥남(21권) 같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평범밖에 아무것도 없"는 시간(23권)만 흐를 뿐이다. 그리고 곧 박정희 군사정권이 등장하고 숱한 죽음의 행진이 이어진다. 여기서 우리는 “죽은 자가 살아나는 문학이 어떻게 가능한가”를 점치며 죽음으로써 부활하는 시의 갱신을 다짐하는 시인의 의지를 새겨볼 일이다. 풀뿌리 민중들의 고단한 삶과 역사의 골짜기에 묻혀가는 인물들에 다시금 혼을 불어넣는 작업은 전집 9권(24-26권, 초판: 2007년 11월)에서도 예외없이 이어진다. 여기서는 특히 고승들의 삶과 행적을 좇으며 신라시대부터 근대에 이르는 한국불교사를 복원해내고 있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그렇다고 하여 대선사나 고승들의 삶을 경외의 대상으로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들 역시 ‘역사 속의 한 사람’일 뿐이라는 데 주목하여 그들의 삶 자체를 직시하는 한편 해학과 비판적인 요소를 덧붙이기도 한다. 그의 불법이 곧 “숭엄한 국법이고 삼엄한 상하 계율”인 자장(26권)과 “걸병표”의 원광(26권)을 빗대어 우리 역사에서 뿌리깊은 사대주의를 꼬집고, “최초의 창씨개명”자 이동인(25권), “일본 조동종과/조선불교의 합종”을 꾀했던 이회광(25권), “해인사 홍제암/사명대사비를 깨고/사명대사 영정을 떼어”내기까지 한 변설호(26권) 같은 친일승들의 행적을 준엄하게 비판하기도 한다. 시인은 많은 시에서 탈속한 고승들의 고매한 정신을 드높이지만, 세속과 탈속의 경계를 허물어뜨리면서 고승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뒤집어 보여주기도 한다. 상사병이 들어 “설법 듣다가/거품 물”고 끝내 미쳐버린 봉령 수좌(24권), 남색에 빠진 노승 통현화상(26권)이나 서울에 살게 되면서 “정액을 흔전만전 쏟아버리는 병”이 들자 산중으로 돌아간 몽설당의 여러 스님들(26권)에게서는 해학과 더불어 애잔함을 느낄 수 있다. 불교사를 복원하는 한편에는 지난 작업의 연장선에 서 있는 작품들도 적지 않다. “본처 아들에게/왕위를 빼앗기고 갇혔다가/아들의 나라 무너지는 날/딱하디딱한 길라잡이나 되어버”린 견훤(26권)같이 역사적 사건의 중심에 선 인물들을 통해서는 권력의 무상함과 역사의 아이러니를 느끼고, “북으로 돌아갈 수있어도/가지 않고” 그냥 “대한민국 국민의 하나로/굽은 소나무같이 살아가”는 ‘깐수’ 정수일(25권)이나 다산의 딸 홍임이(25권)처럼 역사의 뒤안에서 건져올려 시적으로 승화시킨 당대 인물들에 대한 소묘도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이처럼 “통시적이며 우리 민족의 모든 인간상을 두루 포함시키려는 시도의 소산”이라는 평가(김용직, 26권 『해설』)에 걸맞게 시인은 민초들의 삶과 우리 역사의 빛과 그늘을 끊임없이 파헤치고 평가하는 작업을 해왔다. 시의 형태로 일구어내는 이러한 역사 다시쓰기는 우리 문학사에 눈부신 업적으로 길이 남을 것이다. 이번에 만인보 완간을 마무리하는 신간으로 662편을 담은 전집 10권(27-28권)과 11권(29-30권, 초판: 2010년 4월)이 출간되었다. 이번 신간에는 이전 작업에서처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다룬 「봉하 낙화암」을 비롯해 당대인물들(수경 문정현 안선재 김신용 등)을 다루고 있거나, 시인의 기지가 잘 발휘되는 역사의 이면 존재한 인물(「약횡」)들과 친일행적을 비판하는 시들(「함석창」 「백씨」 「현영섭」 「박상현」 「박춘금」 등) 또한 담겨 있다. 하지만 이번 신간에서 압도적으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시편들은 5·18 광주에 대한 소재들이다. 1980년 5.18 광주항쟁 직후 감옥에서 구상한 만인보의 종착지가 광주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광주 시편들은 가감없는 잔혹한 장면들의 묘사로 당시의 참혹함을 전해주는 한편 인간의 광기와 폭력성을 밑바닥까지 파헤쳐 부당한 역사의 현장을 생생하게 증언한다. 역사에는 기록되지 않는 희생자와 유가족들의 고통과 항쟁 이후 이어지는 그들의 아픔과 지옥 같은 일상의 묘사(「인배」 「인배 어머니」 등)는 문학작품만이 할 수 있는 소중한 영역이다. 매어놓은 중송아지야/너한테 물어보자/인간은 어디까지 인간인가/인간은 어디까지 인간이 아닌가/똥개야 누렁이야/너한테 물어보자/인간이란 무슨 놈의 짐승이냐(...)/길가 자갈/너한테 물어보자/인간이란 무엇이냐/인간의 몸은/몸이 아니라/보릿자루였다/쌀자루였다 소금자루였다/대검으로/푹 찔러버렸다(...)/월산동에서/임신부가 배 찔려 죽었다/뱃속의 태아 죽었다 -「학살풍경화」 부분 시인 그리는 학살의 풍경은 삐까쏘의 「게르니까」를 넘어선다. 동시에 시인은 광주의 공간을 시민 사이에 아무런 댓가 없이 상부상조하는 따듯한 공동체(「공동체」)로 그리기도 하고 고도의 상징으로 묘사하기도 한다. 윤상원의 총은 총이 아니라 5월의 상징 5월 광주의 의미 그것 그것은 끝가지 쏴버리지 않는 아름다움이었다 바다 파도였다 -「바다 파도」 부분 시인의 시선은 이미 잘 알려진 열사에만 가 있지 않다. 무명씨, 뱃속 아기, 고아, 재수생, 택시기사, 버스기사, 약혼녀, 약혼남, 부모자식...에 이르기까지 필부필부, 남녀노소 모두에 애정 어린 눈길을 보내 진혼한다. 시인이 이처럼 30주기를 맞는 5.18을 호출하고 진혼하는 데에는 현대사의 비극을 기억하고 그 정신을 계승하자는 의미는 물론이고, 더 나아가 억울하게 절명한 영혼들의 삶을 시 안에서라도 이어주려는 문학적 고뇌가 담긴 것이다. 「어떤 예언」(29권)에서처럼 망자들의 피는 거룩하고, “모든 생은 재생이리라”고, “살아서 다시 오리라”고 예언하는 것이다. 이러한 소망은 뱃속의 태아인 상태로 학살당한 아기를 살려내어 2030년에는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젊은 대통령이 되어 광주를 방문한다는 탁월한 설정과 상상력(30권 「2030년 5월」)에서도 잘 드러난다. “어느 누구도 저 혼자일 수 없는/ 삶의 날들이 있다// 오 사람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기어이 사람이다”(1권 「서시」)로 시작한 만인보가 기나긴 여행과 순례와 고행 끝에 총 4001편으로 종지부를 찍었다. 하지만 이것이 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30권 마지막 시 「그 석굴 소년」에서도 잘 들어난다. “이 세상의 길고 긴 이야기 다함 없느니/ 오늘밤도 그대 따라가는/ 만인의 삶 이야기 삶과 죽음 이야기 그칠 줄 모르리// (...) 다할 줄 모르는 영겁의 돌책이여 돌노래여 돌이야기들이여” 시의 길이 석굴 속의 고행일지라도, “죽음은 삶의 중단/ 삶은 죽음의 중단”(「젖가슴」)일지라도 그 중단을 넘어 시인은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늘 진행형으로서의 시 자체이다. 이제 우리는 시인이 선사해준 ‘세상의 삶들, 희로애락들, 세상의 온갖 사연들, 세상의 죽음들, 온갖 유정(有情) 무정(無情)의 사연들’(「그 석굴 소년」)에 귀기울이거나 읽는 것만으로도 한국문학사뿐만 세계문학사에서도 전례를 찾을 수 없는 기념비적인 역작의 탄생과 완성의 순간에 동참하게 되는 것이다.

  목차

시인의 말 일러두기 어떤 임종 지족 춤 몇대 사색 풍경 어머니의 정수리 장충동 판잣집 대표 할머니의 젖 김주열 유대평 씨 고교생들 신나명 김정렬 김효덕의 아버지 김위술 고 김삼웅의 넋두리 구두닦이 사라호 해골<중략> 황태성 가수 한명숙 부활 6.3의 시대 개막 밤섬 윤옥녀 어린 종 견동이 머리칼 장미 천상병 박종홍 수번 710번의 죽음 강태원 원장 홍어배 임태섭이 그 갓난아기 구재학당의 밤 해설 / 김윤식 인명 찾아보기